그리다

눈이 오지 않는 겨울에 눈을 그리며...

그리리뷰 2020. 1. 30. 22:57

 

 

 

겨울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눈이 오지 않기를 바랬었는데..

눈이 오면 운전하기가 겁나서 겨울눈이 무섭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운전면허를 땄던 한참 전의 그 해 겨울, 

잠에서 깨보니 온통 눈이 덮혀 있었다.

산도 들판도 도로도 눈에 묻힌 채 모든게 하얗게 변해 있었다.

 

 눈길 운전은 하얀눈밭 마냥 백지 상태였기에

호기롭게도 차를 끌고 도로로 나왔다.

약간의 오르막길이였는데 앞차가 올라가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것이 아닌가!

겨우 앞에 있던 차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한 번에 넘어갈테다'라는 마음으로 엑셀을 밟았다.

그런데 ... 앞이 아니라 옆으로 회전하면서 

옆에 있던 논두렁으로 차가 누워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 이렇게 죽는구나' 짧은 순간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12인승 승합차였는데 차 옆면을 모두 갈아야 했다.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눈만 오면 몇년간은 그때 생각이 

생생하게 떠오르곤 했다.

 

올해 겨울도 이미 겨울이 오기전부터 눈걱정을 하고 있는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땅에 닿기 전에 사라지는 눈을 빼고는 밟히는 눈을 볼 수가 없었다,

안심이 되었는데...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눈이 안오니 눈이 애달프게 그리워진다.

 

 온세상이 하얘지는 그런 풍경 안에 서있고 싶다.

그런 풍경을 보면서

내 마음의 모든 얼룩들이 하얀 눈에 물들어 순수해지고 싶다는 것이 더 깊은 바램이었구나.

지금에서야 그런 생각이 든다.

 

눈을 그린다. 

오지 않는 눈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하얀 눈길 속에 내가 서 있는 듯하다.

멋진 팽나무가 서 있다.

선하고 따뜻한 이와 함께 눈길을 걷는다.

 

그림을 그리고 처음으로 루마퓨전을 사용해서 편집을 해보았는데

그림이 그려지는 타임랩스를 거꾸로 돌려보니

 의외로 재미있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화면 가득 그려졌던 그림이 지워지는걸 보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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